밭 ~ 정우영 (낭송:이경선)
암시랑토 않다.
니얼 내리갈란다.
내 몸은 나가 더 잘 안디, 이거는 병이 아녀.
내리오라는 신호제. 암먼, 신호여.
왜 나가 요새 어깨가 욱씬욱씬 쑤신다고 잘허제?
고거는 말이여, 마늘 눈이 깨어나는 거여.
고놈이 뿌릴 내리고 잪으면
꼭 고로코롬 못된 짓거리를 헌단다.
온 삭신이 저리고 아픈 것은 참깨, 들깨 짓이여.
고놈들이 온몸을 두들김서 돌아댕기는 것이제.
가심이 뭣이 얹힌 것 맹키로 답답헌 것은
무시나 배추가 눌르기 땜시 그려.
웃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쓰린 것은 틀림없이 고추여.
고추라는 놈은 성깔이 쪼깨 사납잖여.
가끔씩 까끌허니 셋바닥이 돋는디 나락이여,
나락이 숨통을 틔우고 잪은게 냅다 문대는 것이제.
등허리가 똑 뿐질러진 것맨치 콕콕 쏘아대는 것은
이놈들이 한테 모여 거름을 달라고 보채는 거여.
밍그적거리면 부아를 내고 난리를 피우제.
그려, 내 몸이 곧 밭이랑게.
근디 말여, 나가 여기 있다가 집에 내리가잖냐.
흙냄새만 맡아도 통증이 싹 사라져뿐진다.
신통허제? 약이 따로 필요 없당게.
하이고, 먼 지랄로 여태까장
그 복잡헌 디서 뀌대고 있었다냐 후회 막심허지.
인자 내 말 알아들었제?
긍게로 나를 짠하게 생각허덜 말그라.
너그 어매는 땅심으로 사는 사람이여.
나가 땅을 버리면 아매도 내 몸뚱이가 피를 토할 거이다.
그러니 내 말 꼭 명심히야 써.
어매 편히 모시겠다는 말은 당최 꺼내지도 마라.
너그 어매 죽으라는 소린게로. 알겄제?
- 시집 <집이 떠나갔다> 2005년 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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