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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화가.

청춘ㆍ 2010. 2. 23. 14:45

 


지혜로운 화가


“옛날에 임금이 한 분 있었다.
애꾸눈에다가 외다리며 난장이였다.
어느날 왕은 그 나라에서 제일 가는 화가를 불러 자기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화가는 미리 왕의 의중을 헤아린답시고
다리 둘에 두 눈을 똑바로 뜬 보통키의 초상화를 만들어냈다.
왕은 이를 보고 우롱당한 듯한 느낌이 들어 그 화가의 목을 베었다.
그 다음에 불려 온 화가는 이 소문을 들은지라 사실대로 그렸다.
애꾸눈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난장이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왕은 모욕감을 느껴 그 화가의 목을 베었다.

세번째로 불려 온 화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나갈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오랜 생각 끝에 말을 타고 총을 겨누어 사냥하는 모습을 그렸다.
다리 하나는 말의 반대편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눈 하나는 감을 수밖에 없으며,
허리를 굽힌채 말을 타고 있기 때문에
난장이도 자연스럽게 정상인처럼 보였던 것이다.
왕은 이 그림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최민식의 글모음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에서 인용)

첫번째 화가는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양 그려 왕에게 아부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두번째 화가는 첫번째 화가가 거짓을 그려 죽임을 당했으니
자기는 사실대로 그렸다.
그러나 그도 죽임을 당했다.
사실을 직시하고 그대로 표현했으나 죽게된 데는
그 화가에게 왕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는 자비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화가의 지혜는 앞의 두 화가의 죽음을 보고 짜낸 것이다.
그는 앞의 화가들에게는 없는 진실과 자비를 드러내었기에
죽지 않고 그림도 성공시킨 것이다.

지혜는 자비를 동반함으로써 나와 남을 이롭게 한다.
자비가 없는 지혜는 지혜라 할 수 없다.
잔꾀요 속임수라 하겠다.
우리는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 지혜와 자비를 길러나간다.
이 둘을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길러 나갈때 큰힘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